오랜만이에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그동안 새로 맡은 일들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던 탓도 있지만 링크드인에 글을 올린 후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글을 좀 더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부담감(?)이 들었는데요. 😅 다음편은 언제 나오느냐 채찍질 해준 동료, 그리고 구독자 한 분과 만나서 점심을 먹으면서 다시 용기를 갖고 돌아왔어요. :) (Eddie, 형은님 감사해요 ㅋㅋ)
H Mart 행사 결과 대다수 가입자들이 런던이 아닌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쓰라리긴 했지만 다행히 당시 대안으로 생각하던 Stratford 지역 그로스 준비도 같이 하고 있던 터라 3일 간의 행사를 뛴 이후론 바로 모드를 전환할 수 있었어요.
영국의 ‘로컬’ 문화란 무엇일까?
한 달 간 런던에서 지내면서 영국은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와 정말 다른 나라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예를 들어, 국내외 대형 프랜차이즈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인들은 영국 자체 브랜드와 동네 가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실제로 동네 소상공인들은 지역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소비자들 또한 동네 가게를 자주 이용한다는 거에 자부심을 느끼다보니 많은 가게에서 “Locally sourced (지역에서 난 재료를 사용했어요),” “Shop local (동네가게를 이용하세요)” 같은 슬로건을 볼 수 있는데요.
로컬을 사랑하는 영국인들에게 캐롯이 인정받기 위해선 로컬 브랜드로서 포지셔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국 출장을 가기 전 한국에서 근무를 할 때만 해도 지역별 Facebook Group (일명 ‘페북 그룹’) 에 캐롯 소개글을 올리거나, 앱 내에서 진행중인 프로모션 글을 올리기도 했었는데요. 이런 글들은 전환율이 좋지도 않을 뿐더러, 그룹 운영진들이 삭제해버리는 경우도 많았던터라, 새로운 집중 지역인 Stratford에선 최대한 로컬처럼 스며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매일 페북 그룹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관찰하다보니, 구인구직 글이 반응이 좋다는 걸 발견했고, 그로스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같이 일할 현지 파트너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인글을 올렸어요. 다행히 글을 올린 지 10분도 안 되어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몇 분과 바로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어요.
현지 중고거래 페인포인트 찾기 🕵️♀️
지원자 중 한 분은 두명의 아이가 있는, Maggy 라는 어머님이었는데, Maggy 는 ‘East Village Parent Club (일명 EVPC)’ 라는 같은 동네에 사는 약 300명 정도의 엄마, 아빠들로 구성된 지역 커뮤니티의 모임장을 맡고 계신 분이었어요. Maggy 와 대화를 나누면서 동네 중고거래 현황과 페인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었어요.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거래하는 걸 선호하고,
성별 구분없이 모든 주민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동네 페북그룹보다는 엄마들만 가입할 수 있는 그룹에 더 자주 들어가는 편이며 (로컬 중고거래 그룹 5.8천명 vs. 엄마들 그룹 7.2천명),
큰 물건은 차를 타고 가지러가겠지만 작은 물건은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서 주로 거래하고,
런던에는 워낙 좀도둑이 많다보니 안전하게 거래하는 게 중요하고,
이런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EVPC WhatsApp 채팅방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 과정에서 서로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
Maggy 는 모임장으로서 채팅방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중요한 공지가 잘 전달되게 하도록 유지하고 거래는 별도 공간에서 진행하는 걸 원하고 계셨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저희 캐롯을 직접 보여드리니, 지역 인증을 해야만 쓸 수 있는 캐롯이 기존에 쓰던 Facebook 보다 좀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하시면서 캐롯이 EVPC 의 공식 파트너가 되어 채팅은 WhatsApp, 중고거래는 캐롯에서 하는 식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어요.
East Village Parent Club & Karrot 🤝
티타임 이후 Maggy 는 EVPC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WhatsApp 그룹에 캐롯을 소개하는 글을 올려주셨고, 캐롯이 로컬 브랜드로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금요일마다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에 초대해주셨어요. 모임은 Stratford 지역 내에 6천 가구가 살고 있는 East Village 의 ‘Get Living’ 이라는 아파트 단지에서 이뤄지고 있었고, 이미 3년 정도 꾸준히 모임을 이어오면서 런던 지자체의 후원을 받기도 한 덕에 주변 지역에서도 잘 알려진 편이었어요.
첫 모임을 갔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금요일 아침 일찍 도착한 Maggy 와 함께 아이들이 갖고 놀 장난감을 바닥에 깔아놓고,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에게 인사를 하곤 바닥에 앉아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만나자마자 자기 소개를 하는 북미권 문화와 달리 영국에선 가볍게 small talk 을 이어가다가 나중에 인사를 주고 받는다는 이야길 듣곤 처음부터 캐롯 소개를 하기보단 자연스럽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아이 이름은 뭔지, 몇 개월 차인지, 육아 휴직 전 엄마들은 어떤 일을 했는지 등 서로 알아가면서 좀 더 편한 분위기에서 캐롯 앱을 보여드리고, 중고거래 경험도 들을 수 있었고, 대화를 통해 어떤 식으로 캐롯을 알릴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었어요.
첫 번째로는 육아로 인해 중고거래 게시글을 쓸 시간이 여의치 않은 엄마들을 위해 집에 있는 물건을 EVPC 모임에 갖고 오시면 팀이 글 작성을 도와 드리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두 번째로는 기부에 익숙한 영국 문화를 고려해 캐롯에서 중고거래 할 수 있는 마켓을 주최해 수익금을 기부하고, 남은 물건들은 전부 캐롯에 올려 온오프라인에서 캐롯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를 주최하는 거였는데요. 두가지 안에 대해 EVPC 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기부 행사에 훨씬 반응이 좋았고, 캐롯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두번째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해보기로 했어요.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제로 EVPC 멤버들은 거의 모두 캐롯에 가입을 해주시고, 초기부터 앱을 잘 써주시면서 후기도 많이 공유해주셨는데요.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유저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면서 출장 가기 전 저희가 서울에 앉아서 했던 시도들에 대해서도 많이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글로벌 사업을 하는 많은 기업들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한 나라에서 통한 방식이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적용하는 거라고 하는데, 사실 영국에 대해서 잘 몰랐던 우리가 너무 한국적인 방식으로 영국을 대하고 있던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또한 H Mart 행사로는 다수의 유저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었던 반면, EVPC 는 캐롯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향후 더 많은 사업기회를 만들어나가는 발판이 되었는데요. 성격이 완전 다른 두가지 그룹과 일을 해보면서 글로벌 사업이 성공하려면 양적, 질적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현지 파트너를 빠르게 확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우게 되었어요.
저는 원래 지나간 일,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보는 편인데요. 당근마켓을 다니면서 매일매일 끊임없이 후회-반성-다시 시도의 iteration 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ㅎㅎ;;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가요? ‘이 땐 이렇게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싶은 순간이 있으신가요? 아래 댓글을 남겨주세요 -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정말 대단하시네요, 같이 캐롯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생생해요..!
저는 첫 인턴을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대상 원격의료 앱을 한국에서 마케팅하는 것이었는데,
현지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인 부분에서 그쳤던 것 같아요. 로리님처럼 더 적극적으로 인터뷰하고 조사해봤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어요ㅎㅎ
정말 대단하시네요, 같이 캐롯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생생해요..!
저는 첫 인턴을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대상 원격의료 앱을 한국에서 마케팅하는 것이었는데,
현지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인 부분에서 그쳤던 것 같아요. 로리님처럼 더 적극적으로 인터뷰하고 조사해봤으면 더 좋았겠다 싶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