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개발 혹은 BD, 그게 도대체 뭔데?
당근 입사 3주년 기념 자축 회고록
2017년 여름, 서울에 돌아와 컨설팅 RA로 일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일이다. 당시 사수로부터 “라현은 사업개발 하면 잘할 거 같아,” 라는 말을 들었다. 그 때만해도 컨설팅 기업에 들어가 해외 오피스로 트랜스퍼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지라, 사업개발이 뭔지 물어보지도, 찾아보지도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 후 시간이 흘러 2020년 12월, 당근에 글로벌 사업개발 매니저로 입사했고, 오늘로서 입사 3주년이 되었다.
여전히 사업개발에 대한 정의는 모호하지만 3주년을 맞아 그간 있었던 일을 적어보려 한다. 당근에서의 사업개발 여정은 크게 두 챕터로 나뉜다:
‘20.12~’22.8 글로벌 팀에서 당근의 글로벌 중고거래 앱 캐롯의 영국 시장 진출을 맡았고,
‘22.8~ 지역사업실로 소속을 옮긴 후론 B2B, B2C 신사업을 하고 있다.
2020년 말 글로벌 팀에 조인했을 때만 해도 사업개발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커녕,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우왕좌왕했다. 영국 캐롯을 키우기 위한 전략과 실행방안을 짜는 것부터 앱 내 프로모션 이벤트 보상으로 내건 기프트카드를 사고, CS를 처리하고, 영국 시차에 맞춰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고, 지표 추이를 살피면서 증감의 원인을 찾고, 지표를 끌어올릴 방안도 짜고, 실행해본 결과를 분석하고, 주간 미팅도 준비하고. 출근 시간부터 숨도 안 쉬고 일을 해도 to-do 리스트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에 맞춰 가파르게 성장하지 않는 지표를 보며 야속하다 느끼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1년을 보내고, “이제 드디어 사업개발처럼 일한다,” 는 평을 들은 날엔 허탈함, 안도감, 뿌듯함, 책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2021년 초 갑작스레 영국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서 런던에 가게 됐을 때는 어떻게든 캐롯을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할 때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임했다. 추운 3월, H Mart 밖에서 목이 터져라, “Download Karrot, get a £5 voucher (캐롯 가입하시면 5파운드 상품권 드려요!)” 를 외치며 쿠폰을 나눠주고, 비싸고 느린 전단지 업체를 대신해 아파트에 잠입해 전단지를 뿌렸다. 한국처럼 영국도 엄마들 사이에서 중고거래가 활발하다는 걸 발견한 이후론 매주 금요일 육아 모임에 참석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들을 캐롯에 가입시키고, 엄마들이 기부한 중고물품으로 열 이벤트를 위해 밤새도록 장난감과 아기 옷을 분류했다. 이외에도 현지 동료를 채용하고, 출장 기간 동안 동료랑 같이 살 집을 알아보고, 숙박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에어비앤비 주인과 가격 협상을 하는 등 그야말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키운 영국 사업을 운영모드로 전환한 뒤로는 국내 지역사업실로 옮겨서 사업개발을 시작했는데, 거의 새로운 회사를 다니는 느낌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역사업실은 당근의 월 1,800만명 사용자와 지역업체를 잇는 역할을 하는 곳인데, 영국에서 중고거래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것과 당근의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다른 일이었고, 글로벌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맥락이 섞여 있었다. 당근 사업의 근간인 비즈프로필을 시작해 커머스, 광고, 검색, 지도까지 다양한 서비스와 수익모델은 물론 봐야하는 경쟁 플랫폼과 데이터도 몇 배로 늘어 현황을 파악하는 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지역사업실 동료들은 하나같이 열정적이며 친절했고, 그들이 피땀흘려 만든 제품을 잘 키우기 위해서 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도 2년 간 당근을 다니면서 사업개발에 대한 감이 조금은 생긴걸까. 2022년 중반부터 내내 이야기가 나오던 브랜드프로필을 맡겠다고 손을 들었고, 올 상반기 내내 PM, 디자이너, 엔지니어 동료 셋과 함께 초기 제품을 만들고 키우는 일을 했다. 고객을 확보하고,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를 찾으면서 시장의 후발주자로 살아남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TF가 종료된 이후론 당근전문가라는 서비스 팀에 합류에 시장진입전략과 더불어 팀의 방향성을 함께 수립하고, 그에 맞는 과제를 정의해나가고 있다.
사업개발로써 일한 지 3년이 된 시점에서 과연 6년전 사수가 말했듯이 이 일을 “잘” 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 기준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시각 또한 계속 변해갈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개발 일을 하면서 확실히 나아진 두 가지가 있는데 — 그중 하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무한하게 쌓이는 과제들 중 꼭 해야 하는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발라내고, 해야 하는 일의 순서를 따질 줄 아는 것만큼 사업개발에게 필요한 역량이 있을까 (비단 사업개발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닐 것이다). 또한 유저가 하는 말보다 하지 않는 말을, 숫자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빠르게 바뀌는 시장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읽을 줄 알게 된 건 아주 다행이며, 이러한 변화는 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도 감사한 수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업개발을 계속 하고 싶냐고? 3년간 당근을 다니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보단 어떻게 일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그런 점에서 사업개발이 지금처럼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면 계속 해볼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아무튼 3주년을 자축하며 — 잘 버텼다!




벌써 삼년이 지났다니…믿기지 않는다🥹 그동안 옆에서 너의 눈부신 활약과 성장을 볼수있어서 영광이었어🩷 어떤 선택이든 멋진 결과로 빚어내는 너의 능력에 감탄하며+_+ 읽으며 나도 회사 복귀하면 멋지게 해내봐야지 생각하게된당. 킵핏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