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당근마켓 글로벌 팀에서 영국을 담당했던 로리에요. 올해 6월부터 영국 서비스가 운영 모드로 전환된 이후론 팀을 옮겨 국내 사업 부문에서 사업개발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일을 하면서 지난 기억들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데, 더욱 많은 걸 잊어버리기 전에 1년 반 동안 영국 사업을 하며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어요.😬
2020년 말 컨설팅 업계를 떠나 당근마켓의 113번째 멤버로 합류할 때만해도 코로나가 워낙 심해 해외를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특히 영국은 코로나 사태가 더욱 심각해 1년 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에서 여러 시도들을 해야 했는데, 이번 글에선 영국 출장을 가기 전까지 한국에서 일하면서 배운 점들에 대해 써보려고 해요.💪🏼
당근마켓이 해외에도 있어요?
들어가기에 앞서 당근마켓 해외 사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2019년 말 영국 남단의 사우스햄튼이라는 지역에 중고거래 앱 ‘Karrot (이하 캐롯)’을 출시했어요. 입사 후 주변에서, ‘당근마켓은 왜 영국에서 해외 사업을 시작했냐,’ 는 질문을 많이 받곤 했는데, 영미권 국가 중에 인구 규모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중고거래 문화가 이미 잘 자리 잡고 있어 선정했다고 해요.
영국에는 당근마켓 같은 서비스가 없나요?
2015년 당근마켓이 판교 장터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만해도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이외엔 대적할 만한 서비스가 많지 않았다고 해요. 이와 달리 영국 시장엔 훨씬 많은 경쟁 플랫폼들이 도사리고 있었어요.🔥
영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중고거래 서비스는 Gumtree 와 Facebook 인데, 특히 Facebook 은 우리나라 중고나라와 유사하게 지역별로 중고거래에 특화된 그룹을 따로 만들어 거래하거나, Facebook Marketplace 라는 별도 서비스를 통해 물건을 거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Facebook Group 은 대부분 가입 전 몇 가지 질문에 답한 뒤, 관리자의 승인을 받고 게시글 역시 운영진의 허가를 받아야 올릴 수 있는 반면, Facebook Marketplace 는 위치 기반 서비스로 누구든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어요.
이외에도 Nextdoor (동네 커뮤니티), OLIO (무료나눔 특화), 의류 카테고리에 특화된 Depop (Etsy 에 인수, ‘21.6), Vinted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존재해요.
또한 기부 문화에 익숙한 영국인들은 동네마다 있는 Charity shop 에 물건을 기부하기도 하고,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동네 빈티지 마켓, Car boot sale (벼룩시장과 유사) 에 참여하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여러 방식으로 중고거래를 하고 있어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튀기는 영국 중고거래 시장에서 유저들을 모아오기 위해 Facebook, Google 은 물론, AppStore, Play Store 에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 캠페인을 운영하면서, Gumtree 와 Facebook 등 경쟁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했는데요.
이미 다른 플랫폼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을 설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판매자 입장에서는 어디에 올리든 물건이 팔리기만 하면 되는건데, 캐롯의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플랫폼보다 더 빨리 팔린다는 걸 보장할 순 없었거든요.
하지만 중고거래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들보다는 온라인 환경에서 중고거래를 이미 활발히 하고 있는 분들을 모셔오는 게 더 효과적 일 거 라고 판단해 캐롯만이 가진 장점을 상황에 맞춰 어필하며 한 분 한 분 설득했어요.
동네 인증을 거친 이웃들과 거래할 수 있어 안전하고,
거래 범위를 조절해 가까운 사람들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귀찮게 택배를 부칠 필요가 없고,
수수료나 광고가 전혀 없다
오프라인에 친숙한 영국 문화 특성상 이런 온라인에서의 시도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오프라인 작업도 필요 했는데요. 맨체스터, 버밍엄 두 개의 도시에선 현지분들에게 인기있는 카페와 제휴를 맺고 캐롯 가입하면 커피 쿠폰을 주는 프로모션을 하고, 신문지 / 잡지에 광고를 싣고,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했어요.
이중 가장 효과가 좋은 건 전단지였는데, 전단지가 배포되는 시기에 온라인 마케팅의 성과도 더 좋을뿐더러, 자연 유입되는 유저의 수도 증가한다 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추가로 브리스톨이라는 도시에선 초기 매물 퀄리티가 높을수록 거래 성사율을 높아질 것이다는 가설을 테스트해보고자, 서비스 공식 런칭 전에 캐롯을 써볼 분들을 모집하는 “Karrot Early Birds” 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일반 사용자들이 들어오기 전, 중고거래에 친숙한 분들이 상태가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미리 올려주시고, 캐롯 앱에 대한 피드백을 주시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비록 이 때 올려주신 물건들이 바로 팔리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매물 상태, 가격, 사진 등 초기 유저들이 형성해주는 분위기가 다음에 들어오는 유저들이 올리는 매물의 퀄리티에도 영향을 미친다 는 걸 알게 되었어요.
또한 브리스톨에서는 기존 도시에서와는 다르게 집중할 동네 2곳을 선정했는데, 동네에서 인증을 해야만 하는 캐롯 앱 특성상 도시 전체를 놓고 광범위하게 전략을 실행하는 것보다 직거래를 하기에 용이할 것으로 예상하는 동네를 정해서 모든 노력을 총동원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다 는 것도 배울 수 있었어요.
1년 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점들을 토대로 이제는 런던에 부딪혀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올해 초부터 영국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서 런던 출장을 갈 수 있게 되었어요.
런던에서의 고군분투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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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으셨나요? 네이버 블로그에서 혼자 조용히 글을 써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런 공개적인 글을 써보는 건 처음이라 아직은 많이 어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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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영국에 와서 당근마켓이 너무 반가웠는데, 이런 여정이 있었군요?! 조직 밖에서는 잘 모를 요론 스토리 정말 너무 재밌어요 ㅎㅎ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다 읽어보겠습니다 ☺️
8월 런던 여행을 앞두고 자전거를 가져가야 할까? 한국처럼 당근마켓 있을까? 하고 알아보던중 발견했습니다. 반갑고 응원하고 싶은맘에 글 남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