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선 1년간 서울에서 있던 일들을 공유했는데, 재밌게 읽으셨나요?
사실 당근마켓의 영국 사업은 런던 출장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한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많아 출국일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 이번 글에선 런던 가기 전까지 출장 준비를 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려해요.
유럽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로 꼽히는 런던은 영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고, 1천만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인데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민자인 런던에서 캐롯이 성공하기 위해선 도시의 문화와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 올 2월 출국 일정이 확정된 이후론 다양한 방식으로 런던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특히, 과거 브리스톨에서의 시도들을 통해 런칭 초기에는 작은 단위의 동네에 집중해 사용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는 걸 학습한만큼 런던에서 어떤 동네에 집중할 지 찾아내는 게 관건 이었어요.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집중할 동네를 짚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우선 런던 통계청에 올라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인구 분포, 밀도, 학군 등으로 후보지를 좁힌 뒤, 런던 거주 경험이 있는 분들과 인터뷰를 통해 검증하는 형태로 조사를 진행했어요. 연고가 없는 런던에서 인터뷰 대상을 구하는 게 쉽진 않았는데, 몇몇 지인을 제외하곤 다행히 영국에 계신 한국 어머님들의 커뮤니티인 “행복한 영국맘” 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만나뵐 수 있었어요.
맘카페를 공략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영국은 많은 부분에서 한국과 다르지만 의외로 비슷한 부분도 꽤 있는 편인데요. 그 중 하나가 엄마들의 중고거래에 대한 관심 이라고 느꼈어요.
지난 글에서 소개한듯이, 영국에선 동네 단위 Facebook Group 으로 중고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자녀가 있는 걸로 추정되는 분들이었어요. 일부 지역에선 한국처럼 엄마들끼리 중고거래를 하는 그룹이 있었는데, 이런 그룹은 동네 주민 모두가 들어올 수 있는 그룹 대비 가입 절차가 더 까다로운 데에 비해 거래가 훨씬 활발한 편이었어요. 또한 저희 캐롯을 잘 써주시는 분들의 패턴을 봤을 때도, 아이가 있는 걸로 추정되는 분들의 수가 그렇지 않은 분들의 수보다 훨씬 많았어요.
즉, 지역별 네이버 맘카페를 침투하면서 서비스를 키워나간 한국 당근마켓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했다기보다는, 한국과 비슷한 중고거래 패턴을 영국에서도 발견한 결과, 초기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엄마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요한 시작점으로 봤다고 생각해주심 좋을 거 같아요.
런던 엄마들의 일상과 중고거래
“행복한 영국맘" 카페에선 영국 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중고거래와 나눔을 하기도 하는데요 (거래 탭을 보기 위해선 높은 단계의 등업이 필요해요). ‘당근마켓이 영국에도 들어왔음 좋겠다’ 는 식의 글이 종종 올라오는 걸 보면서 희망을 얻고, 런던에 살고 계신 것으로 추정되는 분들께 1:1 쪽지로 인터뷰를 요청드렸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대부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런던 동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중고거래에 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토론토, 벤쿠버 등 특정 지역을 기준으로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걸로 알려진 다른 도시들과 달리, 런던의 한인 커뮤니티는 규모가 작은 편이고, 나이대와 가족 형태에 따라 사는 지역이 나뉜다 는 점이었는데요.
초등학교 이상의 자녀가 있는 분들은 대부분 런던 남서쪽에 한인 타운으로 알려진 뉴몰든이라는 동네 인근의 윔블던, 레인즈파크, 킹스턴 등 교외 지역에 사시는 반면 (Zone 3-4), 어린 자녀가 있거나, 아이가 없으신 분들은 런던 동쪽 (East London), 관광 명소들이 주로 모여있는 중심부(West, Central London) 등 (Zone 1-2) 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계셨어요.
런던에 살게 된 배경에 따라 생활방식도 다른 편이었는데요. 남편 분의 주재원 발령으로 오신 분들과 달리, 아예 영국으로 이주해 가정을 꾸리신 분들은 런던 시내로 출퇴근 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요.
인터뷰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는, “런던에는 전업주부가 거의 없다,” 는 거였는데요. 물가가 워낙 비싼 만큼 출산 직후부터 1년 간은 육아 휴직 (maternity leave) 을 쓰지만 그 후론 복직하거나,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중고거래의 경우, 한국 물건은 행복한 영국맘 카페를 통해 구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대부분 영어로 소통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으시다보니, 같은 학교 학부모들과의 WhatsApp Group (카카오톡 채팅방과 유사), 또는 위에서 언급한 Facebook Group 으로 교복이나 아이들 용품을 주고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하셨어요. 주재원 가족이나, 한국에서 이민 온 지 얼마 안 되신 분들 대부분은 당근마켓을 써본 경험이 있으셨고, 런던에 산지 오래된 분들은 대체로 당근마켓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잘 모른다고 하셨어요.
…일단 부딪히자!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만해도, 어느 정도 당근마켓을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많은 동네에서 초기 유저를 확보한 다음, 다른 문화권과 지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었는데요. 워낙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에서 특정 문화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키우는 게 어려울 수 있고, 오히려 문화적으로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출국 일정이 점점 다가오면서, 우선은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많고, 런던 도심과도 가까운 윔블던에 숙소를 잡고, 후보로 추린 몇몇 동네에서 직접 중고거래를 해보면서 시장을 파악한 다음 침투 전략을 보완해나가기로 했어요.
어서 달려주세요~!!!
준비했던 과정들이 영국에서 어떠한 형태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있었는지 무척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