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번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작전을 짜는 만반의 준비를 거쳐 드디어 떠나게 된 런던!
코로나로 2년간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던 터라, 출장을 앞두고 설레면서도 어떤 일들이 펼쳐지지 모른다는 점에 긴장도 되었는데요. 10시간 넘는 비행을 마치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려 UK Border 사인을 마주한 순간, ‘와, 진짜 시작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윔블던은 어떤 동네였나요?
도착하자마자 처음 지내게 된 곳은 윔블던이라는 동네였어요. 앞선 편에서 소개드렸듯이, 윔블던은 우리나라 대기업 주재원이 많아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고 (네, 테니스로 유명한 그 윔블던 맞아요), 런던 시내에서 전철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이라, 과거 당근마켓이 판교에서 시작해 주변 지역으로 확장한 것처럼 캐롯도 윔블던을 시작으로 주변 지역과 런던 중심부까지 커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윔블던 동네를 돌아다니며 느낀 첫인상은 정말 깨끗하고, 조용하다는 거였는데요.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만큼 길거리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많이 보이는 반면, 아이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어요.
아이가 어릴수록 중고거래를 더 활발히 하는 경향을 띄는 걸 알고 있던터라, 과연 윔블던이 중고거 서비스를 키우기에 적합한 동네일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더라구요. 😓 중고거래 수요가 일부 있다한들, 워낙 다양한 문화가 섞여 살아가는 런던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적 동질성이 높은 윔블던에서 커뮤니티를 키우는 방식이 다른 런던 동네에 적용가능할 지도 의문 이었어요.
윔블던 역을 기준으로 북쪽은 오래된 부촌으로 커다란 공원 주변으로 대저택같은 집들이 있던 반면, 남쪽은 2-3층짜리 집들이 촘촘하게 있는 편이긴 했지만 인구 밀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긴 어렵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High Street1을 따라선 밤에 혼자 걸어다녀도 될만큼 치안이 좋은 편이어서 직거래를 하기에 적합할거로 예상했지만 막상 경쟁사 앱을 확인해보니, 올라와있는 중고 매물 수가 많지 않아 거래를 해보기 어려웠고, 약속을 잡더라도 대부분 차로 15-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살고 계셔서 뚜벅이로서 거래하기 쉽지 않았어요.
앉아서 고민하느니 직접 가서 만나고 거래해보자!
많은 부분에서 기대와 달랐던 윔블던을 잠시 보류하고, 인터뷰 때 추천받은 몇몇 다른 동네를 직접 가본 다음 집중할 동네를 결정하기로 했어요. 그 중에서도 인구 밀도가 높고, 중고거래가 활발한 런던 동쪽의 Stratford, 런던 중심 부근 Canary Wharf, 런던 남쪽 Crystal Palace - 세 곳을 직접 방문해 중고거래도 해보고, 사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교를 해보았어요.
가서 허탕치는 일이 없도록 각각의 동네를 방문하기 전 경쟁사 앱을 이용해 중고거래 약속을 잡고, 한국에서 한창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온라인으로 뵌 분들에게 미리 연락을 드려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 하기로 했어요.
1) 교통의 요지, 살기 좋은 Stratford
제일 처음 방문했던 Stratford 는 총 6개의 지하철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로 유동인구가 많아, 서울의 잠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전에만 해도 동쪽 런던은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생긴 올림픽 공원과 경기장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인데요. 근처에 UCL 기숙사도 있고, 브랜드 백화점와 대형 쇼핑몰이 이어진 편리한 생활권 덕에 학생, 직장인,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심층 인터뷰 및 직접 중고거래를 하면서 만난 분들에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새롭게 지어진 동네인만큼 동네 사람들끼리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결속력이 높은 편이고, 보통 방 1-2개짜리 콘도에 살다보니 짐을 줄이고자 중고거래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Stratford 역 근처에 살기 좋기로 유명한 East Village 에는 대부분 10층 안쪽의 콘도가 많았는데, 워낙 깨끗하게 도로가 깔려있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부부를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중고거래의 경우, Stratford 역에서 멀어질수록 치안이 그다지 높지 않게 느껴져 1) 역에서 가깝고, 2) 걸어다니기 편하고, 3) 면적 대비 인구 밀도가 높은 East Village 를 중점적으로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 런던의 상하이, Canary Wharf
Canary Wharf 는 오피스 빌딩과 주거 지역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서울의 여의도와 비슷한 편이었어요. 런던에서 보기 힘든 초고층 빌딩들이 많아 면적 대비 인구 밀도가 높고,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어요 (초고층 빌딩 숲을 자랑하는 상하이와 비슷하다고 하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오피스 지역인만큼 직장인,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들이 주로 살고 평일엔 북적거리고, 주말엔 한산했어요.
중고거래 경험은 앞서 언급한 East Village 와 비슷했는데요. 콘도가 밀집해있다보니 만나서 거래하기도 쉽고, 만나서 거래한 분들에게 전해듣기론 직장인들이 출퇴근할 때 역 근처에서 거래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구요.
3) 로컬의 천국, Crystal Palace
Crystal Palace 는 Bromley, Croydon, Lambeth 세 개의 구와 맞닿아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특한 행정 자치구역이에요. Stratford 와 마찬가지로 원래 런던에서 치안이 제일 안 좋기로 알려져있었지만 최근 런던 시 정부의 주목을 받아 빠르게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땐 서울의 성수와 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주민들끼리 결속력이 높고, 지역 내 소상공인 진흥과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아 프랜차이즈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특징이에요 (실제로 맥도날드를 쫓아냈다고 해요).
중고거래를 통해 만난 분들은 모두 다 너무 좋은 분들이었지만 생각보다 거리가 좀 먼 편이라 (걸어서 평균 30분 거래 3건 진행), 걸어서 거래하기엔 좀 무리 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은 일단 부딪혀보기로…
접근성, 확장 가능성, 동네 분위기, 중고거래 활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중 Stratford 가 가장 매력적인 후보지로 느껴졌어요. 하지만 애초에 집중 지역으로 꼽은 윔블던과는 너무도 다른 느낌의 지역이라 여러모로 고민이 되더라구요.
집중 지역을 변경하게 되면 아예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는데, 몇몇 거래와 인터뷰를 통해 만나뵌 분들 이외엔 연고가 전혀 없다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막막했어요. 게다가 출국 전부터 윔블던 근처 한인마트와 런칭 이벤트 관련 제휴를 검토하고 있던터라, 윔블던을 아예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위험부담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여러 차례 영국에 함께 있던 Jace, Vincent, 그리고 한국/캐나다에 있는 팀원들과 의논을 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기존에 세운 가설들을 빠르게 검증해보자는 결론을 내렸고, 기존에 기획한 런칭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역에 대한 침투 전략도 수립해나가기로 했어요.
기대했던 부분과 막상 런던에 도착해 마주한 현실의 괴리가 커 당황스러웠지만 빠르게 2주간 발로 뛰며 그 차이를 좁혀나갔는데요. 이 경험을 통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책상 앞에 앉아만 있을 게 아니라 직접 서비스를 써보고, 유저를 만나야 한다 는 기본 중의 기본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답니다.
다음 글에선 처음 런던에서 1천명이 넘는 유저를 3일만에 확보한 이야기를 갖고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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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동네마다 상점들이 모여있는 메인 도로를 High Street 라고 불러요 (same as Main Street in American English; 서울로 치면 ㅇㅇ대로).
너무 재밌어요~👍
생각했던 거랑 현지의 상황이 달라 당황도 되고 고생도 많았겠지만 로리님의 글을 읽으면서 흥미롭고 점점 더 호기심이 생기네요~
런던에서의 도전기 너무 기대됩니다^^
로리님 너무 잘 봤어요
3박자 (컨설턴트, 해외사업가, 작가)를 고루 갗춘!
다음회를 또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