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영화의 주인공인 앤디는 저널리즘의 꿈을 갖고 취직한 잡지사의 편집장인 미란다로부터 신임을 얻고자 노력하는데요. 끝없는 미란다의 요구에 시달리던 어느날, 앤디는 선배인 에밀리와 함께 미란다 지인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조리 외웠다가, 파티에서 미란다에게 귓속말로 그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요. 에밀리가 기억을 못해 당황한 사이, 앤디가 빠르게 대처하면서 미란다는 앤디를 더 신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앤디는 에밀리를 제치고 미란다와 파리 출장을 가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죠.
런던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오늘은 작은 우연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발판이 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
하이퍼로컬의 핵심, 아파트 공략하기 101 🕵🏻
지난 편에서 소개드린 East Village 육아 모임인 EVPC 에 매주 참여해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몇 가지 그로스 방안을 찾을 수 있었어요.
대부분 집에 들어오는 전단지를 꼼꼼히 보는 편이며,
엘리베이터 안팎에 위치한 전광판에서 동네 소식을 많이 접하고,
매달 아파트 운영팀에서 보내는, 로컬 이벤트와 가게 소식이 담긴 이메일을 꼭 읽어본다는 점을 알 수 있었어요.
지인에게 부탁해 실제로 East Village 에서 가장 큰 단지를 관리하는 Get Living 아파트의 건물을 들어가보니, 전광판 광고는 수많은 로컬 광고가 돌아가면서 노출되는 반면, 이메일은 보통 2-3개 정도의 이벤트나 동네 가게 정보를 더 자세히 설명하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전단지는 인지 확장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으나, 이미 한국에서 다른 도시 대상으로 시도해본 결과 전환율이 좋진 않아 당장의 우선순위가 높진 않다고 판단했어요. 그에 비해 엘리베이터 광고는 포커스미디어 같은 업체에서 일괄로 관리하고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Get Living 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걸 알게 됐고, 이를 뚫기 위해선 우선 Get Living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Get Living 관계자들을 어떻게 만나냐는 거였는데요🤔. 대표번호로 전화해 마케팅이나 제휴를 담당하는 부서와의 연결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았고, 공식 채널보다는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게 더 낫겠다싶어 링크드인에서 Get Living 직원 리스트를 보던 중 담당자로 추정되는 분들에게 메세지를 보냈어요. 몇 번을 팔로업해도 답이 없던 어느날, EVPC 모임장이신 Maggy 를 통해 East Village 가 속한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네트워킹 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행사 정보가 담긴 웹사이트에 Get Living 로고가 박힌 걸 보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행사장으로 향했어요.
“안녕하세요, 캐롯입니다!” 🙋🏻♀️
알고 보니 이 행사는 런던 시청 (Mayor of London) 산하의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이라는 지자체가 주최하는 규모가 큰 이벤트였는데요. 동네 주민과 문화/주거환경/교통/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가 만나서 정보를 교류하고 토론하는 걸 보면서 ‘찐로컬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어요.
행사장을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제가 링크드인으로 여러번 메세지를 보냈던 Get Living 관계자 두 분을 마주쳤고 (!!!),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인사를 건넸어요. 제가 보낸 메세지에 답을 못했다며 머쓱해하시는 틈을 타 대화를 이어갔고, 이를 통해 그로스 측면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런던 시에서는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을 잡고, 소외계층을 보호하고자 아파트 단지의 일부를 공공 임대주택 (social housing) 구역으로 지정하고, 아파트 회사에선 이렇게 지정된 아파트를 다른 아파트와 동일한 컨디션으로 유지하되, 저렴하게 세를 내놓을 의무가 있어요. 또한 회사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운 입주자를 받는 것보다 한 입주자가 오래 사는 게 더 이득이다보니, 주민들이 지역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하는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주민들 간 운영하는 소모임도 발굴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었어요.
이런 맥락에서 캐롯 또한 로컬을 위한, 로컬과 함께하는 서비스로 포지셔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아파트 단지 및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캐롯을 직접 보여드리면서 이미 EVPC 에서 만난 Get Living 주민들 중 초기 사용자가 있다고 소개하자 더 미팅을 해보자는 약속을 잡을 수 있었고, 같은 방식으로 주변에 계시던 다른 아파트 관계자들의 연락처도 받아낼 수 있었어요.
여기도 캐롯, 저기도 캐롯 👀
연락처를 수집한 이후론 이걸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가장 좋은 건 ‘Awareness (인지) - Acquisition (유저 획득) - Activation (유저 활성화) - Retention (유지)’ 전 퍼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지만, 아직 대부분 캐롯을 잘 모르다보니 캐롯에 대한 인지부터 높여야겠다고 판단해, 네트워킹 장에서 만난 모든 분들과 Zoom 미팅을 하면서 활용 가능한, 온오프라인의 모든 마케팅 채널을 파악했어요.
이 과정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아파트 1층에 전단지를 붙이는 것도 관리실에 돈을 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Get Living, Eastwick + Sweetwater 등 제가 만난 거의 모든 아파트 단지는 별도 홍보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요. 런던 사람들이 워낙 로컬에 진심이기도 하거니와, 동네인증을 통해 안전한 로컬 중고거래 문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캐롯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덕에 앞서 언급한 엘리베이터 광고는 물론, 이메일 뉴스레터에 캐롯을 소개하고, 집집마다 전단지를 놓는 것 모두 무료로(!!!) 진행해주시기로 했어요.
채널이 다양하다보니 그에 맞는 컨텐츠도 다르게 제작해야 했는데, 보통 런던에 있는 저와 Vincent, Jace 셋이 나눠서 기획을 하고, 한국에 계신 Jason 이 모든 디자인을 해주시는 형태로 진행했어요. 이 때 시차가 다르다보니 Jason 이 밤이나 새벽에 작업하시는 날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 때 같이 고생해주신 덕에 모든 컨텐츠를 제때 라이브할 수 있었어요. 동시다발적인 작업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꼼꼼히 챙겨주신 Jason, 정말 최고입니다 (Jason = 🧡)
이렇게 모두가 한 팀이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캐롯을 홍보한 결과, 가입자 수는 조금씩 늘기 시작했 늘고 있었고, 캐롯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거나 캐롯 전단지를 받았다고 제보를 해주시는 분들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큰 비용 부담없이 지역 주민 대상 타겟광고를 할 수 있는 채널들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홍보물을 보자마자 앱을 사용하는 건 아니었어요 (그로스는 산 넘어 산…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캐롯에 대한 브랜드 인식을 확산하는 캠페인을 운영함과 동시에 수많은 온오프라인에서의 시도를 병행해야했는데요. 다음 편에선 런던 출장이 마무리되던 시점까지 캐롯의 활성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수많은 과제들을 통해 배운 점을 들고 찾아올게요.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여름이었는데, 어느덧 보일러가 꼭 필요한 겨울이 되었네요. 저는 곧 영국 출장이 아닌 여행을 앞두고 있어요. 😆 런던의 관광객으로서 회고록을 마무리 짓는 목표가 있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감일”이 다가오니 심장이 두근거리네요. 회고록에서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 남겨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번 편도 너무 재밌게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