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연말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전 지금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 이번엔 출장이 아닌 관광객으로서 런던과 유럽의 다른 도시들을 마음껏 즐기다오려해요!
오늘은 캐롯 홍보 단계를 넘어, 실제 가입을 유도하고 중고거래 경험까지 하게 하는 전환을 이끌어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회고해보려해요. 역대급 길이, 준비되셨나요? 💪
영국에선 마케팅을 어떻게 하나요?
모든 게 빨리빨리 바뀌는 우리나라에 비해 영국은 변화 속도가 더딘 편인데요. 그렇다보니 영국 IT 회사들은 Facebook, Google 등에서 온라인 광고를 집행하는 동시에 매주 집집마다 전단지를 배포하고, 지하철과 빨간 2층 버스 내외부에 오프라인 홍보물을 부착해 같은 서비스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시켜 꾸준히 인지 확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요.
또한 런던 지하철에선 대부분이 인터넷이 터지지 않다보니,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책이나 신문 또는 열차 안에 설치된 광고를 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을 겨냥해 지하철 광고는 자극적인 문구나 독특한 디자인만 강조하기 보다는 20-30초 간 읽을 수 있는 길이의 글로 회사나 특정 서비스/상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찬가지로 캐롯도 더 빠른 성장을 위해선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마케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막대한 비용은 물론, 지하철/버스 광고는 보통 라이브 1년 전부터 에이전시를 통해 부킹을 해야만 집행할 수 있는 구조라 저희가 당장 시도해보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또한 그 전 1년 간 런던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라인 마케팅 중심으로 캐롯을 키워본 경험이 이미 있다보니, 런던에서는 타겟 지역인 East Village 에서 캐롯의 PMF 를 찾을 때까지 오가닉하게 캐롯을 성장시키는 데에 집중하자는 공감대가 있었죠.
인지만으론 부족해, 어떻게 하면 유저를 데려오지?
지난 편에서 소개드렸듯이, 로컬 커뮤니티와 아파트 단지를 활용해 캐롯을 무료로 홍보할 수 있었는데요. 같은 방식으로 East Village 와 주변 지역의 다른 아파트 단지를 뚫어 홍보 채널을 늘리는 동시에 앱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 경쟁사에서 유저를 데려오는 작업을 병행했어요. 주로 Facebook Group 과 Facebook Marketplace 에 중고 물건을 올리시는 분들에게 캐롯을 써보시라는 메세지를 보내곤 했는데, 확실히 East Village Parent Club (EVPC) 오프라인 모임을 다니면서 로컬 네트워크가 생기고 곳곳에 캐롯 홍보물을 부착한 상태다보니, 서울에서 똑같은 방식을 취할 때에 비해 응답율과 전환율이 높아지더라구요.
하지만 대부분 연락하는 즉시 답장이 오진 않다보니,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했고, 당시 고려했던 방식은 세 가지 정도가 있었어요:
EVPC 와 함께 중고거래 기부 행사 개최
EVPC 를 통해 소개받은 로컬들이 모이는 클래스와 제휴를 통한 앱 홍보
East Village 인근의 Stratford 역 내부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서 앱 가입을 도와주는 에이전시 활용
세 번째 옵션의 경우, 실제로 Stratford 역에서 열과 성을 다해 ‘HelloFresh’ 라는 밀키트 업체를 홍보하는 프로모터 분들을 보고 감동을 받아, 에이전시에 연락해 견적을 받아봤지만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쎄서 우선순위를 낮추기로 했어요.
다른 두 가지 옵션 중에서 첫 번째는 이미 EVPC 에서 여러 번 제안을 받아 바로 실행에 옮겨보기에 용이한 편이었고, 두 번째 클래스 제휴의 경우, 아파트 단지 홍보와 마찬가지로 무료로 캐롯 홍보를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주신 곳이 몇몇 있어 이번에도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해보기로 했어요.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 빌딩을 중요시하는 영국 문화 특성상 단순히 캐롯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함이 아닌, 로컬을 위한, 로컬들과 함께 하는 캐롯으로 포지셔닝 할 때 더 좋은 기회가 많이 생기는 걸 몸소 경험할 수 있었어요.
기획부터 실행까지 3주, 로컬과 함께한 캐롯 기부행사
기부 행사는 2주간 East Village 주민들이 저희 캐롯 팀원들에게 기부할 물건을 전달하고, 행사 당일 기부된 물건의 판매금 전액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기부하고, 팔리지 않은 물건은 캐롯에 무료로 올려 나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행사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좋은 물건들을 기부해주시다보니, 기부 받기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엔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어 인근의 창고를 빌려야 할 정도였는데요.
이렇듯 단순히 캐롯을 홍보하기 위함이 아닌, 로컬들과 함께하는 행사로 포지셔닝한 결과, 행사 진행을 위한 Get Living 아파트 단지의 주민센터 공간 대여는 물론, SNS/엘리베이터/이메일 등에 행사 홍보물 역시 무료로 게재할 수 있었어요.
행사 이틀 전에는 판매를 위해 뒤죽박죽 섞인 옷과 장난감들을 아이들 연령대 별로 분류해야 했는데요. 같이 일하는 빈센, 제이스는 물론 빈센의 친구, 예전에 함께 일했던 영국 인턴 로라, 로컬 친구들까지 합세해 행사를 준비했어요.
행사 당일엔 EVPC 부모님들은 물론 다양한 동네 주민분들이 방문해주신 결과, 총 £400 상당 기부금을 모을 수 있었어요. 행사에서 팔리지 않은 수백개의 물건들은 전부 EVPC 캐롯 계정에 무료로 올리고, 이를 로컬들이 많이 쓰는 Facebook Group 에도 올려 2차로 신규 유저를 확보하고 유저들을 직접 만나 거래를 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좋은 물건을 캐롯에서 득템한 유저들은 계속 해서 앱에 들어왔고, 또다른 물건을 올리기도 하면서 East Village 의 캐롯 커뮤니티는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EVPC 와의 기부 행사는 캐롯을 단순 중고거래가 아닌, 로컬 커뮤니티를 위한 서비스로 인식을 전환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실제로 이후 다른 아파트 단지 관계자들로부터 비슷한 행사를 같이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하고, East Village 가 속한 London Boroughs of Hackney, Newham (우리나라로 치면 서초구, 성동구 같은 구 단위) 지자체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초대받아 캐롯을 시연한 뒤,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소개 받기도 했답니다.
끝은 또다른 시작 🙂
아쉽게도 올 6월, 당근마켓 전사 IT 겨울 대응 체제에 따라 영국 캐롯이 운영 모드로 전환되면서 영국 팀의 여정은 마무리되었고, 그 후 전 당근마켓의 국내 사업부문으로 팀을 옮겨 사업개발을 하고 있어요. 영국 캐롯의 시간은 멈추었지만 당근마켓은 여전히 캐나다와 일본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고, 갈수록 해외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도 늘고 있어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 지 기대가 됩니다 :).
사실 처음 회고록을 쓰기 시작할 때만해도 글로벌 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아쉬움을 달래고자 하는 마음이 컸는데요. 지난 5개월 간 글을 쓰면서 보다 객관적으로 영국 팀의 시도들을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길 수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당근마켓 글로벌 팀에서의 1년 반은 저에게 크나큰 도전이자, 사업에 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이자, 소중한 동료들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준 선물 같은 시간이었어요.
영국 팀이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당근마켓 Gary, Chris, 글로벌 프로덕트/마케팅/BD 멤버들과 Jason, Navya, Laura, 서연, 런던/브리스톨에서 캐롯을 도와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동료이자 친구, 가족으로 서로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Jace, Vincent -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네요.
지난 10년간 혼자 블로그에 숨어 글을 쓰던 제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영진오빠, 보경언니, EY 식구들, 혜령, 그리고 엄마 모두 감사해요. 글을 통해 제가 배운 것들을 나누고, 누군가에겐 영감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준 독자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로리의 뉴스레터 시즌 1, 영국 사업 회고록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시즌 2로 돌아올게요 👋🏻
Happy New Year! :)
비즈니스 임팩트에 진심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너무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한다는 소식이 새롭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많은 스타트업이 한국 PMF를 검증하자 마자(혹은 검증을 준비하며서) 해외 시장도 함께 고려하는데요.
그 노력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는데 로리님 글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습니다.
또, 해외에서 인턴했을 때(전 프랑스였습니다!) 의미있는 사용자 보이스를 수집하고자 노력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글로 남겼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시리즈를 한번에 완독해버렸네요.
글 솜씨도 너무 좋으세요! 새로운 시리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D
글이 술술 읽히네요😊해피뉴이어입니다 로리!!!